엔비디아 젠슨 황, 무슨 얘기할까...삼성·SK '촉각'

엔비디아 젠슨 황, 무슨 얘기할까...삼성·SK '촉각'

[데일리안 = 정인혁 기자] 국내 반도체 업계가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젠슨 황(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이 내놓을 메시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엔비디아에 주요 칩을 공급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신형 인공지능(AI) 칩 '블랙웰'의 판매 성과에 주목한다.

엔비디아는 26일(현지시간) 2024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한국시간으로는 27일 오전 7시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가 매출액 380억 달러(한화 약 54조 3700억원), 영업이익 247억4200만 달러(한화 약 35조4082억원)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AI 칩 수요가 늘면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73%, 영업이익은 82%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다.

반도체 업계는 실적 발표 후 진행되는 컨퍼런스콜에서 젠승 황 CEO가 내놓을 메시지에 주목한다. 특히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구현된 인공지능 딥시크의 영향과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블랙웰의 판매 성과 등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는 특히 블랙웰(B100, B200 등) 시리즈의 판매 동향에 주목하고 있다. 블랙웰에는 국내 업체들의 주력 판매 상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대거 탑재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향방을 가른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엔비디아는 당초 지난해 3분기 블랙웰 출시를 예고했지만, 발열 등 기술적 결함으로 출시가 연기된 바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일부 고객사에 공급을 시작했지만, 설계 최적화 기간이 필요해 본격적인 공급은 올해 상반기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두 업체의 상황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SK하이닉스는 사실상 엔비디아 블랙웰 GPU에 탑재되는 HBM을 독점 공급 중이다. 지난해부터 HBM3E를 대량 공급하고 있으며, HBM3E 12단 양산에 돌입했다. 블랙웰의 공급시기가 앞당겨지고 공급량이 늘어나면 SK하이닉스에 호재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HBM3E 공급을 1년 넘게 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 품질(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탓이다. 업계에선 엔비디아의 블랙웰 공급이 지연되는 만큼 삼성전자가 HBM 품질 개선에 힘쓸 시간을 벌 수 있다고 분석한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중으로 엔비디아 납품 문제를 마무리 짓고, 승부처로 삼고 있는 HBM4(6세대) 양산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는 여러모로 한국 반도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 "젠슨 황의 메시지에 따라서 국내 기업들의 상황도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딥시크의 출현으로 인한 엔비디아의 영향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가성비 AI' 딥시크가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이후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등 중국 빅테크들은 엔비디아의 H20 칩 주문을 늘리고 있다.

H20은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의 대중국 수출 통제로 출시한 저사양으로 제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며 H20칩 판매를 제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어 선제적인 칩 확보 차원으로 풀이된다.